生活

예상치 못했던 동료들의 반응.

路加(Luke) 2015. 11. 1. 20:28

Luke는 올해 중의집업의사고시(中医执业医师考试)에 응시하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하고있는 업무가 바뻐서였고, 덤으로 예기치 못했던 학교후배의 배신(?) 때문이었다.

 

응시를 하지 못한 덕분에 Luke는 봄부터 지금까지 심리적으로 아주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11월이 시작되었고, 이제 두달 지나면, 2016년이 된다.

그리고, 2016년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중의집업의사고시에 응시를 할 것이고, 한번에 합격하기위해 준비할 것이다.

 

이런 생각들로, 지난 여름부터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험준비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다.

더군다나 Luke의 성격상, 급여가 만족스럽진 않다하더라도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일을 하는데, 일을 소홀히 하고 싶진않아서, ....

그러다보니, 시험공부를 할 시간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말이야, 퇴근이후의 저녁시간과 주말을 이용해서 공부하면 된다지만, 의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지친다.

 

그래서, 적당한 시기에 사직을 하고, 전념해서 시험공부를 할 계획이었다.

 

 

지난 주, 같이 트레이닝 업무를 하는 팀원들과 식사를 하고 난 후,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Luke의 생각과 계획들을 얘기했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던 건 아니었고, 그냥, Luke의 사직계획을 같이 일하는 가장 가까운 동료들에게 먼저 알리고 싶었던 것.

 

뜻밖에도 이 중국인 동료들이 퇴사하지 말라고 말린다. Luke의 매니저가 Luke의 업무와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일들에 대해 매우 맘에 들어하고, 다시 한국어 트레이너를 뽑는다고 하더라도, Luke같은 트레이너를 찾기 쉽지 않을거란 것이 그들의 의견.

동료들의 칭찬과 격려야 고맙지만, Luke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는 퇴사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더니,

"무급 장기휴가"를 신청하라고 권한다.

'한국 같으면 말도 안되는 휴가인데 ....'라고 했더니,

그들의 말이, "여기는 중국입니다!"였다.

중국에서는 상사가 OK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 물론, 여기서의 상사는 사장이나 최고책임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Luke의 매니저는 최고책임자다. )

 

이런 중국인동료들의 반응이 Luke는 좀 많이 낯설었다.

지난 2년 가까운 시간동안, Luke는 회사에서 퇴사를 하는 직원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퇴사를 하겠다고 하면, 알았다는 답변과 언제 퇴사를 할 건지 일자, 인수인계관련된 화제들이 오가는 정도.

자기 일 아니란듯, 상관없이 반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

 

동료들의 의견은, 정말 일이 싫어서 그만두려는 것이 아니라면, 무급 장기휴가를 신청해보라는 권유.

결정은 Luke의 매니저가 할 것이니까, Luke는 걱정하지 말라는.

 

그래서, 매니저에게 Luke가 시험에 응시해야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무급 장기휴가'신청이 가능한 지를 문의했다.

 

또 며칠이 지나는 사이, Luke의 내년 계획을 모르는 매니저들과 Luke가 함께 진행해야하는 내년 초 업무들을 토론하게되어, 몇몇 매니저들에게 어쩔 수 없이 장기휴가나 퇴사를 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을 했다.

매니저들의 반응 역시 퇴사 외의 방법들을 같이 생각해보고 찾아보자는 의견.

그렇게 해서, 회사에서 가장 오래동안 근무했다고 할 수 있는 매니저에게서 듣게된 의견이, 근무시간을 줄여서 근무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Luke의 매니저가 동의를 해야만 가능한 얘기지만, 업무량과 근무시간을 줄여서, Luke의 현재 업무중, 회사내에서 다른 직원이 대신할 수 없는 업무만 Luke가 진행하고, 나머지들은 다른 직원들에게 진행토록 하자는 의견.

 

 

예상치 못했던 중국인 동료들의 반응에, Luke, 벌써 몇 번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했다.

아직, Luke의 매니저는 최종결정을 내리지 않는 상태다. Luke가 제시한 몇가지 중국인 동료들이 알려준 방법들의 가부여부를 확인해보고, 빠른 시간내로 최종적인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Luke의 매니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던, Luke는 이미 만족스럽다.

중국이란 나라에서, Luke는 외국인이기에, 중국 노동법이나 규정에서 예외되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고, 현재 Luke가 일하는 회사가 미국계 글로벌 회사라 사규의 제약도 받을 것이라, Luke의 매니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던, Luke는 Luke의 매니저가 Luke를 위해 많이 알아보고 노력해줬을 것으로 믿는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현재까지 회사의 한국인 직원은 Luke가 처음이고 유일한데, 한국인 직원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그리고,

늘 냉담하게 느껴졌던(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함) 중국인 동료들이 Luke를 위해서 여러가지 의견을 제안해주는 모습,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