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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만에 찾아뵌 절강중의대(浙江中医药大学) 지도교수님 (부제: 전설의 팔만자)
    生活 2014. 6. 9. 23:04

     

    Luke가 중의대(中医药大学) 박사과정을 졸업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었다.

    지난 5월 말에 Luke의 바로 아래 학번 박사과정 연구생과 석사과정 연구생들이 논문답변(论文答辩)을 마쳤다.

    사실, 후배들이 논문답변하던 그 날, 같이 참석해서 답변도 듣고, 식사도 같이 하려고 했는데, 직장에 매인 몸(?)인데다, 하필 저녁 6시부터 답변을 한다는 바람에 참석칠 못했다.

     

    엊그제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고속철(高铁)을 타고 Luke의 지도교수님이 진료보시는 절강중의대 부속 문진(浙江中医药大学附属门诊)에 인사드리러 갔다.

     

    1년만에 뵙는 지도교수님인데, Luke를 무척 반가워 하셨다.

    ''오 ~ '팔만자' 왔네?!'' (哦,'八万字'来了吗?!)

    Luke를 보고, '팔만자'가 왔다고 하셔서 무슨 얘기인지 잠깐 어리둥절 했다. 일단 못알아 들어서, 그냥  넘어갔다.

     

    지도교수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준비한 선물(正*庄)도 살짝 ~ 전달해 드리고 ~  ㅋㅋ

     

    환자가 없는 틈에 지도교수님이 자리를 잠시 비우셨다.

     

    그 사이, 전부터 면식이 있던, 12학번 석사과정 후배들이 Luke에게 또 '팔만자'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그으 ~ 팔만자가 뭐래?' (那个.... 八万字是什么意思?)

    ''잉? 잊어버리셨어요?'' (咦? 你忘记啦?)

    '몰?' (什么?)

    ''선배가 쓴 논문 글자수요!'' (前辈,你写的论文字数啊!)

    '내 논문 ....   글자수??' (我的论文.... 字数??)

    ''네~  이거 소문 다 났어요!'' (就是啊,导师周边的人都知道啊!)

    '뭔소리래??' (我还不明白,什么意思??)

     

    ( 한참 지나서야 알게되었다. 일반적으로 중의대 박사논문의 글자수는 3만~3만5천자를 채우면 된다. 석사논문의 경우는 1만~1만2천자. 작년에 Luke가 썼던 논문 글자수가 8만 5천자쯤 되었는데, 지도교수가 내용 너무 많다고 5만자 줄이라고 해서 ....

    차(车) 떼고,

    ...

    포(炮) 떼고,

    ....

    마(马) 떼고,

    ....

    상(象) 떼고,

    ..........

    그렇게 해서 웃기지도 않는 논문을 만들었던 아픈 기억이 ............

     

    근데, 이 사건(?)이 지도교수님과 주변교수님, 연구생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던 모양.

    이유인 즉슨,

    어떤 연구생이 논문 글자수가 너무 많아서 못채우겠다고 투덜대면,

    교수님들이,

    ''야야야 ~       쪽팔린 줄 알아라 ~    한국유학생(Luke)은 3만자 쓰랬더니, 8만자도 넘게 써서, 내용 줄이랬더니, 내용 줄이면 논문 이상해진다고 안줄이겠다고 하는데, 니넨, 중국학생이 글자수를 못채운다니 이게 말이 되냐??''

     

    그래서 Luke는 일약, 박사논문 8만자를 쓴 '전설(传说)'이 되어버렸다는 것 ....  )

     

     

    자, 화제를 다시 지도교수님으로 끌고끌어와서 ~ ~

     

    잠깐 자리를 비우셨던 지도교수님이 오셨길래, 마침, 환자도 없고하여 ....

    Luke가 교수님께 추나(推拿)를 좀 해드렸다.

    그랬더니, 우리 교수님, 바로 '어린아이'mode로 전환.

    ''나 말이야 ~ ~ ~  요즘, 여기 오른쪽 하악관절이 아파서 ....  음식도 잘 못씹고 ....  흑 ~ 흑 ~    Luke야, 니가 좀 어떻게 좀 해봐봐봐봐봐 ~ ~ ''

     

    그래서, 어깨와 목 좀 풀어드리고, 머리와 얼굴도 풀어드리고, 아프다시는 곳도 좀 잘 만져드리고 ....

    이러는 사이, 환자가 여럿 와서 교수님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엔 추나를 멈추고, 교수님께서 진료를 보시도록 하는 것이 예의인지라 ....

    Luke, 조심스레 옆으로 물러나왔는데 ....

    우리 교수님, 어?

     

    앉으신 체로 추나받으시면서 주무신다 ....    OTL ~~~~

     

    ㅋㅋㅋ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금방 깨어나셔서 아무 일 없었던 듯, 환자 진료보신다. ㅋㅋ

     

     

    또 잠시 환자가 없는 틈에,

    이젠 어린 임산부에게 추나좀 해주라고 Luke를 어디론가 끌고 가신...........    다.

     

    그래서, 결국, 처음보는 문진(门诊) 행정직원(어린 임산부)에게 또 추나를 하고있는 Lukeeeeeeeeeeeeeeeeeeeeee.

     

    지도교수님 ....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행정직원들에게 Luke를 소개하신다.

    한국사람, 내 박사연구생, 작년에 박사 되었고, 석사때 침구추나전공이었는데, 추나 무지 잘하고, .....   등등등.

     

    ( 근데, 교수님, Luke 추나전공 아니거든요. 그냥 필요에 의해서 배운 거 뿐이죠. 그리고, 교수님이 추나전공 아니신 것처럼 Luke의 박사전공도 추나 아니거등요 ....    으흐흐흐흐흐 ~

    누가 보면, 지도교수님 전공이 추나인줄 알겠는데요 ....    ㅋㅋㅋ )

     

     

    원래 좀 어린아이 같으셨던 지도교수님이셨는데, 1년 사이 더 어려지신듯.

     

    지도교수님 뵌 김에,

    '교수님, 이제 외국인도 중국에서 의사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Luke, 내년에 의사시험 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시험 잘 준비해서, 꼭 의사되라고 응원해주신다.

     

    점심도 사주시고, 황송하게도 직접 문진(门诊) 입구까지 Luke를 배웅도 해주시고.

     

    항주(杭州)에 간 김에 학교에 있는 후배들도 만나보고, 쬐금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전설의 팔만자는 밤늦게 상해(上海)로 돌아왔다.

     

    가끔, (좀 피곤하긴 하겠지만,) 이렇게 교수님을 찾아뵈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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